착한 기업의 등장

그리고 그들이 결코 멍청하지 않은 이유

몇 해 전, 5년간의 휴학을 마무리하고 세상에서 제일 나이 많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복학생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신입생이었을 때와는 매우 다른 경험이였는데, 그 중 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예전보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거다. 학교 내 쓰레기를 줄이는 커뮤니티 활동이 되었던, 양성 평등 혹은 인종 차별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강연같은 자리에 많은 어린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소셜 임팩트, 임팩트 투자, 사회적 기업 등의 주제와 연관된 행사들은 예전엔 의례히 늘 보던 사람들만 보는 자리였다면, 이제는 운동선수로 유명한 학생, 공부를 제일 잘하는 학생, 파티를 제일 열심히 하는 학생 등 다양한 학생들의 관심사가 되어 있었다. 이 변화는 사실 내가 졸업한 보스턴에 있는 작은 비즈니스 스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네덜란드, 르완다, 홍콩, 미국 서부, 싱가폴 등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세계 공통적인 변화였다. 뿐만 아니라 “Center for social innovation” 혹은 “사회적 기업가 정신 센터"와 같은 기관들도 전세계적으로 흔하게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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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혁신은 이제 “매칭 기부"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 그 이상을 의미하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이런 학생들과 커리어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그 대화는 일반적으로 비슷하게 흘러갔는데, 보통 돈과 잠재적 기회를 위해 큰 회사에서 영혼을 파는 일을 하거나 아니면 가지고 있는 뜻을 위해 돈을 포기해야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었다.

“졸업 후에 계획이 어떻게 돼? 넌 어떤 일 하고싶어?”

“음, 난 원래 다른 사람 돕는 일을 되게 좋아하고 사회 혁신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나중에 학교도 짓고 싶은데 그래도 가난하게 살고 싶진 않아서 주로 큰 회사들에 지원하고 있어. 먼저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고 돈도 충분히 벌고 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이러한 커리어 고민과 결정에는 절대 정답은 없지만, 지난 3–4년간 큰 기업들의 변화는 같은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임팩트 섹터"(비영리단체 혹은 사회적기업)와 일반 대기업 및 테크 스타트업 영역에서 모두 일을 해보면서 이 두 섹터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한다. 가끔은 소셜 임팩트를 창출하고 사업을 성장시키는 일이 완전히 다른 아젠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사업 계획, 수익 구조, 미션과 비전, 세일즈 및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이나 (혹은 여부 그 자체)가 매우 달라서 각 섹터의 이해관계자가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장면들을 자주 목격한다. 하지만 사실, 사회적기업이던 대기업이던 모두 각 조직이 창출하고자 하는 금전적, 환경적, 사회적 임팩트를 최대화하려하고 한다는 점에서 그 목적이 그렇게 다르진 않다. 단지, 각 기관이 더 추구하려고 하는 임팩트에 따라 각각 다른 역량들과 조건들에 기반한 인재들을 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gap이 존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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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이코노미의 시대가 왔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난 3–4년 간 주변 네트워크에서 꽤 신기한 변화들을 느끼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직업을 찾을 때 일의 의미, 임팩트, 목적 등을 중요시 여긴다는 건 이미 더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소셜임팩트 창출과 기업 성장이 맞닿아가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다. 대기업들은 점점 더 착해지려고 애쓰고 있으며, 그들이 결코 멍청하다고 할 수 없다.

링크드인 뉴스피드(LinkedIn Feed) 혹은 정기구독하는 신문들을 보면 언제부터 이렇게 대기업들이 누가 누가 더 착한지 자랑하는 세상이 되었는지 싶을 정도로 대기업들이 창출하고자 하는 착한 소셜 임팩트에 대한 소식들이 많다. 많은 대기업들이 그들의 제품들을 더 “착하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소바자로부터 더 “착한" 기업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마케팅을 바꾸고 있다. 이 모든 노력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의 수준을 넘어, 소셜임팩트 창출을 통한 비즈니스 성장이라는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다.

기업들은 그들의 제품이 더 착해지도록 바꾸고 있다.

2019년 6월, 프라다는 바다에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만든 토트백(시중가 150만원)을 출시했다. 아디다스 또한 해양 플라스틱 찌거기를 이용한 운동화을 출시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2015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재 회사 중 하나인 유니레버(도브, 바세린, 립톤티 등)는 자사 브랜드 제품에 쓰이는 모든 플라스틱 패키징을 100% 재활용/재사용 가능한 원료로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Ellen MacArthur Foundation에 의하면, 현재 지구 상에서 쓰이는 플라스틱 제품 중 14% 정도만 재활용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땅에 매립되거나 이 곳 저 곳에 버려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2050년에는 지구상의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거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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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 plastic waste can even inhibit the growth and photosynthetic efficiency of the bacteria Prochlorococcus, which is responsible for producing an estimated 20 percent of the oxygen we brea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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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마케팅 또한 착해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광고제라고 불리우는 칸 라이언(Cann Liones)은 2015년부터 Glass Lions라는 새로운 수상부문을 만들었는데, Glass Lions는 매해 성적 차별, 사회 불평등과 같은 주제를 보다 더 창의적으로 다루는,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임팩트 광고에 수상하는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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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에는 Glass Lions 수상작과 뿐만 아니라 일반 칸 라이언 수상작들 또한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담은 광고들이었다. (이 내용은 한국에서도 간단히 소개되었다.) 이 현상은 두 가지 이유로 흥미로운데,

  • 위에 언급했던 소셜섹터와 일반 기업들 간 존재하는 역량 및 인재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담은 광고들이 글로벌 광고제에서 최고 광고작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진실되게 담을 수 있는 소셜섹터의 진정성과 이 스토리를 매우 멋지고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전문성이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 주류회사들이 주류 미디어 채널에 이런 광고들을 내보내는 의미는 이 회사들이 타겟하는 잠재 고객 혹은 소비자 집단의 대부분이 이런 메시지에 반응하기 때문이며, 이는 임팩트 이코노미의 직접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임팩트 이코노미*란, 더 이상 기업들에게 있어 소셜임팩트 창출은 CSR/CSV등의 명목으로 단순 봉사활동 혹은 기부와 같은 임팩트 창출을 최종 목적으로한 개별 아젠다가 아닌,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중요한 전략이 되었으며, 이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을 뜻한다. 기업들은 성장 혹은 경쟁에 있어 순수해질 수 없으며, 따라서 소셜임팩트 창출의 목적은 기업 성장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임팩트 이코노미는 본래 필자가 창조한 용어라 믿었지만🤦🏻‍♂️, 구글링 결과 맥킨지나 포브즈같은 단체에서 이미 몇 번 다뤄진 바 있다고한다.

그리고 다행히 이러한 소셜임팩트 전략은 실제로 효과적이다.

소셜임팩트 창출을 통하여 기업 성장을 이룬다는 이론을 명확한 숫자와 지표를 통해 증명하는 것은 아직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소셜 임팩트 전략의 성공 케이스들을 점점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보스턴컨설팅그룹( BCG)의 리서치 “Total Societal Impact: A New Lens for Strategy”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유니레버는 2015년 원자재 변화에 대한 선언 이후로 실제 제품별 배출하는 환경쓰레기를 이미 28% 감소했으며, 또한 20% 가량의 패키징 비용 절감 효과를 이루었으며, 이 변화는 신규 고객 확보에 50% 이상의 요인을 제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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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레버는 2025년까지 모든 패키징을 재활용가능 원자재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전략은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브랜딩 전략에도 해당된다. 플라스틱을 덜 사용함으로써 환경 임팩트도 창출하고 제품 생산 단가를 낮추는 보다 더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임팩트 이코노미의 예시가 될 수 있지만, 소셜 임팩트를 활용하여 더 젊은 고객들을 확보하는 마케팅 전략들도 눈에 띄게 찾아볼 수 있다. 성공적으로 이러한 브랜딩 전략을 실행한다면, 특히 젊은 고객을 타겟으로 하는 기업은 괄목할만한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이키의 30주년 기념캠페인인 “Dream Crazy”에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매우 큰 미식축구 선수 (지금은 사회운동가)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메인 광고 모델 및 나레이터로 내세우며 미국 정재계를 시끄럽게 했을 뿐 아니라, 세계 광고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미식축구 리그의 유명한 쿼터백 중 한 명인 캐퍼닉은 2016년부터 미국 내 존재하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의미로 경기 시작 전 국기에 대한 경례를 무릎 꿇음으로 대신하는 무브먼트로 엄청난 논란이 일었고, 결국은 리그에서 퇴출당했다. 나이키가 이런 캐퍼닉을 광고모델로 사용한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하여 각 사회계층에서 거친 비난이 일었으며, 심지어 유투브에는 나이키 제품을 불로 태우는 비디오까지 등장했다. 나이키의 이런 광고 집행 후 주가는 3% 가량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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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타격도 잠시, 이 광고가 나간 이후 동일 분기 수입은 전년 같은 시기 대비 31%가 성장했으며, 이 광고의 PR효과는 약 6조원 정도로 추정될 정도로 나이키의 사업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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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에게: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사업개발은 재무적 성장 그 이상을 의미한다.

사회적 가치 창출과 함께 사업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기업들에게 재무적 성장은 그저 사업 성장의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당신의 조직에서 일하는 (특히 젊은) 동료들 혹은 직원들은 회사가 금전적 성장 외에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한다고 느낄 때 더 열심히, 더 오래 한 직장에 머물게 된다. 이는 그들에게 돈 이외에 일을 하는 이유, 자부심, 그리고 전우애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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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즐로의 5가지 욕구 단계

이 현상은 전혀 놀랍지 않은게, “매즐로의 5가지 욕구 단계"에 의하면 원래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욕구 (의식주, 건강)부터 더욱 더 복잡한 욕구 (자존감, 영향력등)를 채우기 위해 산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의 한 리포트는, “Elements of Value”라는 프레임워크를 통해(세계 주요 컨설팅 회사인 Bain에서 개발)

평상시 제품이나 서비스는 인간에게 크게 네 가지 욕구를 만족시키는데, a)기능적인 욕구와 감정적인 욕구와 같이 기본적인 욕구, 그리고 b)삶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욕구 피라미드에 있는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고자 하는 자아실현 욕구는 욕구 위계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충성도, 그리고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에 중심이 된다고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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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들이 고객들에게 자아개선 및 실현을 가능케 하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직원들에게는 일하는 경험 자체가 자아개선 및 자아실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임팩트 이코노미의 트렌드가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 지, 그리고 회사들이 어떤 인재들을 필요로 하게 될 지에 대해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쓰도록 하겠다.

Social impact | Biz Dev | Digital | I drive the expansion of tech ventures to APAC. Featured writer under The Startup, Medium’s largest active publ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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