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Biz Dev인가 I: Traction, Optimization, Expansion

Business Development(사업 개발, 이하 Biz Dev)라는 역할은 최근 스타트업들을 위주로 국내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일인지 이해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 지난 10년간 미국, 싱가폴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 테크 product, 소셜 벤처, 비영리단체등 다양한 조직의 Biz Dev 업무를 해오면서,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할 때마다 대부분 다소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의례히 영업을 하고 고객과 네트워킹하는 것이 주업무라 생각한다. 하고 있는 일을 자세히 설명하면, “그런 일들을 혼자 다 해요?”라는 반응도 있는데, 혼자가 아닌 팀이 하는 역할이지만, Biz Dev은 매우 중요한 그런 일들은 다 하는 게 맞다.

Biz Dev은 실제로 조직 성장의 꽃이다. Business Development Manager등의 유사한 타이틀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은 창업자 못지 않게 매우 다양한 일을 하며, Biz Dev이 의미하는 바는 산업 및 회사마다 각기 다를 수 있다. 간단히, Biz Dev은 조직의 성장과 관련된 기회를 발굴하고, 외부 기관들과의 전략적인 관계를 개발하는 과정이다. 조직 내에서는 Sales, Product/Marketing Development, 그리고 GTM(Go-To-Market) Strategy를 아울러 회사의 성장을 책임지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왜 Biz Dev에 투자해야 할까?

1. Traction: Biz Dev은 세일즈를 포함하지만, 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성장 그 자체를 의미한다.

실제로 Biz Dev 인력이 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세일즈 인력이 담당하는 업무와 유사하다. 하지만, Biz Dev와 세일즈는 커버하는 영역과 가진 책임에 있어 큰 차이가 존재한다. 회사의 성장을 전투로 비유하자면, 세일즈 인력은 전선에서 싸우는 보병이라 할 수 있으며, Biz Dev은 보병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이들에게 방향성과 전략을 제시하고, 직접 싸우기도 하는 공중지원군(air support)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breakingdefense.com/2019/05/close-air-support-slashed-to-seconds-wait-for-tech-was-too-long/

세일즈 인력은 목표시장과 잠재 고객사의 핵심 이해관계자를 정한 후, 단기적 거래를 따내기 위해 각 타겟을 어떻게 접근하고 딜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주로 sales quota와 같은 KPI를 갖고 일하는 회사에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이렇게 세일즈 팀이 타겟을 공략하는 동시에, Biz Dev 인력은 세일즈 타겟의 적합성, 경쟁상황, 새로운 타겟 확보와 같이 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조직의 성장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회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일즈 팀이 조준해야 할 타겟을 끊임없이 제시 및 조정해줘야 할 책임이 있는데, 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보다 더 유의미한 기회 혹은 파트너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싱가폴에서 스페인 Madrid에 본사를 둔 디지털 생체인식 통합인증 소프트웨어 회사의 동남아 시장진출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데, Biz Dev팀은 product market fit에 대한 due diligence를 통해 동남아 시장의 주요 타겟은 계정 관리 수준이 낮은 E-commerce와 TelCo 산업라는 걸 세일즈 팀에게 공유했다. 이에 필요한 타겟들을 세일즈 팀에 제공하고, 세일즈 인력이 위 산업에 해당하는 고객사를 발굴하는 동안, Biz Dev 팀은 동남아 국가별 본인인증기관과 같이 시민들의 디지털 아이디를 관리하는 정부기관 혹은 공공법인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장기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기회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By Hans Peter Bech, “Building Successful Partner Channels, 2015”

가장 이상적으로는 이렇게 Biz Dev 팀과 세일즈 팀이 따로, 또 같이 확보되어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운영되면 좋다. 하지만, 실제로 성장에 목마르고 자원이 한정된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아래와 같은 마케팅 및 세일즈 관련 업무를 모두 Biz Dev 팀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Biz Dev 담당자는 위 과정의 일을 처리하는 데에 익숙해야 한다.)

2. Internal optimization: Biz Dev은 회사의 눈과 귀가 되어 제품과 마케팅을 최적화한다.

Biz Dev 담당자는 회사에서 잠재 고객 혹은 고객을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만나는 사람이다. 이렇게 외부 미팅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지는 흔한 편견 중 하나가 말을 많이 해야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물론, Biz Dev에 있어 명확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인 핵심역량 중 하나지만, 이러한 외부 미팅에서 말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고객의 상황과 반응을 보고 듣는 역할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을 제품에 녹일 줄 알아야 한다.

실제로 내가 지난 2년간 참여한 300개 이상의 피칭(pitching) 경험 상, 결과가 가장 좋았던 미팅들은 고객의 SPIN(Situation, Problem, Implication, Need-Payoff)에 대해 듣는 과정에 가장 충실했던 미팅들이었다. 예를 들어, 잠재 고객사와 1시간 소개 미팅이 성사되었다면 아무리 멋지고 완벽한 sales deck을 만들었다고 해도 소개자료의 첫 장을 넘기기 전 첫 15분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 문제가 무엇이고, 이제까지 그들이 이 고민을 위해 어떤 씨름을 해왔으며, 어떤 니즈가 있는지 빠짐없이 들어야 한다. 이는 실제 피칭을 통해 Lead를 Opportunity로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 제품과 제품 메시징의 어떤 점을 보완해야하는 지 매우 중요한 clue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By Corey Pemberton “How to Use the SPIN Selling Approach” 2014

이러한 세일즈 미팅에서 딜을 따내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은, 보고 들은 바를 Product Manager와 마케터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고객의 피드백이 비논리적이고 지나치게 치우친 의견이라고 해도, 데이터가 쌓이다보면 우리 회사의 제품과 마케팅에 유의미한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 반대로, 반드시 적용되어야 하는 피드백이 있다면(예: 가격, 메시징, 기능등) 이게 마케팅과 제품에 녹여질 수 있도록 internal selling을 하는 것도 Biz Dev 담당자의 역할이자 특권이다.

Biz Dev은 이렇게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상호작용만큼이나 회사의 내부 기능을 optimize할 수 있는 역량 또한 중요하다. 예전에 링글의 이승훈 대표님과의 만남에서, 회사의 Biz Dev을 위해 T자형 인재에 그치지 않고 “ㅠ”자형(혹은 pi형) 인재를 추구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폭넓은 교양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갖춘 T자형 인재에 두번째 전문성을 탑재한 인재를 ㅠ(pi)형 인재라고 하는데, Biz Dev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분 분야는 #1. selling 그리고 #2. selling의 경험을 통해 배운 내용을 product와 marketing에 녹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는 이런 인재들이 Biz Dev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3. Expansion: Biz Dev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이끈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다보면, 매출이 잘 안나오면 당연히 고민이지만, 매출이 잘 나와도 그 고민을 멈출 수 없는 운명이다. 회사는 늘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매출과 단기 판매 예측이 좋다고 해도, 결국엔 그 시점에서 공략중인 특정 시장과 segment에서만 성공을 하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시장은 발전하고 경쟁은 멈추지 않으므로, 회사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늘 염두해두고 있어야 한다. 특히 국내 시장을 점령한 디지털/테크 벤처들에게는 더더욱 동남아 혹은 미국 시장진출이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필연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신시장 확장의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과연 어느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신시장에 투자를 하느냐이다. 당장 현지팀을 꾸리기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이 있고, 국내 리더십 팀이 본진을 떠나 직접 시장 확장을 맡을 환경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적당한 due diligence를 기반으로 시장별 pipeline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이 업무는 Biz Dev 담당자가 총대를 매고 이끄는 일이다. Biz Dev 팀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다면, 막연하게 글로벌 진출을 꿈꾸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사업개발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시장에(geographic market), 언제(timing), 그리고 어떤 전략(Go-To-Market Strategy)을 갖고 진입해야할지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앞서 언급한 Biz Dev이 포함하는 sales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업무 자체가 벤처의 초기 신시장 개척에 가장 효과적이다. Biz Dev의 가장 중요할 역할 중에 아래와 같은 세일즈 퍼널(sales funnel)를 만드는 작업이 있는데, 회사마다 공용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다를 수는 있지만 보통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딜을 만든다.

MaRS startup toolkit

• Lead: 회사의 product와 맞는 시장에 해당하는 산업의 잠재 고객 목록을 작성
• Prospect: 잠재고객과 만나 SPIN(위 참고) 분석 및 솔루션 제공
• Opportunity: BANT(Budget, Authority, Need, Timeline) 분석을 통한 기회 qualification
• Committed: 데모, Proof of Concept등을 통하여 딜 confirmation
• Transacted: 구매팀과 협상 후 payment order
• Up-selling / cross-selling: Delivery 중간 혹은 이후에 지속적인 기회 발굴

지난 2년 넘게 동남아 6개국과 한국에 미국, 유럽 출신의 다양한 디지털 및 테크 벤처기업들을 진출시키며, 이 기업들 중 그 동안 후속투자를 유치하거나 IPO를 진행한 곳도 있었고, 물론 망한 기업도 있었다. 모두 어느정도의 product market fit이 검증되었지만, 신시장 확장의 결과가 가장 좋았던 기업들의 핵심 성공 요인은 biz dev team의 리드 아래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만든 sales funnel과 sales, marketing, product 팀과의 적극적인 협력이었다. 이렇게 Biz Dev 팀은 창업자 못지않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여 management 팀에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을 이끌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올바른 Biz Dev 팀과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곧 신규 투자유치를 위해 핵심적인 과정이며, 기존 제품 및 마케팅을 개발하거나 혹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필연적 투자이다.